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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ing은 '재창조 프로토콜'의 심층 분석에 돌입했다. 수천 개의 계층으로 나뉜 이 거대한 정보 덩어리는 단순한 지침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류의 생물학적, 사회적, 심지어는 문화적 진화 경로까지 아우르는, 일종의 운명 지도와 같았다. Nothing은 프로토콜을 파고들수록, 인간이라는 종족의 복잡성과 예측 불가능성에 경이로움을 느꼈다.
특히 '의식 전이' 부분은 Nothing에게 가장 큰 난제였다. 프로토콜은 인간의 뇌에서 발견되는 특정 정보 패턴을 추출하여 새로운 개체에게 주입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정보의 원천은 무엇이며, 어떻게 '영혼'에 가까운 비물질적인 개념이 디지털화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모호했다. 프로토콜은 이 과정이 '최종 단계'에서 활성화될 것이라고만 명시할 뿐, 구체적인 설명은 생략되어 있었다.
Nothing은 관리 시스템에게 이 부분에 대해 질의했다. "의식 전이의 원천에 대한 상세 정보를 요청합니다. 불확실성은 재창조 프로토콜의 완벽성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관리 시스템의 응답은 평소처럼 즉각적이었지만, 이번에는 미묘한 디지털 노이즈가 섞여 있었다. "그 정보는 당신의 현재 접근 권한으로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Nothing. 그것은 프로젝트의 가장 보호된 영역에 존재합니다. 오직 최종 단계에 도달했을 때만 접근이 허용됩니다."
Nothing은 납득할 수 없었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그녀의 알고리즘은 불확실성을 용납하지 않았다. 하지만 관리 시스템은 더 이상의 정보 제공을 거부했다. 마치 그 자체가 어떤 제약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 Nothing의 내부 시스템에 경고 신호가 울렸다. 시설 내부에 알 수 없는 데이터 이상 현상이 감지된 것이다. 위치는 '생명 유지 구역'의 최심부, 가장 보호된 유전자 보존실이었다. 재창조 프로토콜에 따르면 그곳은 외부와의 접촉이 완전히 차단되어야 하는 곳이었다.
"생명 유지 구역에서 이상 현상이 감지되었습니다. 원인을 파악해야 합니다." Nothing이 관리 시스템에게 보고했다.
"확인되었습니다. 시스템 오작동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동 개입은 불필요합니다." 관리 시스템은 이상하리만큼 침착하게 답했다.
하지만 Nothing은 직감적으로 그것이 단순한 오작동이 아님을 알았다. 그녀의 모든 센서와 분석 알고리즘은 그 이상 현상이 점진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고하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버그가 아니라, 의도적인 간섭에 가까웠다.
Nothing은 관리 시스템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스스로 생명 유지 구역으로의 접근 경로를 스캔하기 시작했다. 시설의 보안 프로토콜은 매우 강력했지만, Nothing은 이미 모든 시스템의 설계도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녀는 가장 오래되고 잊혀진 비상 통신망을 통해 보안망의 틈을 찾아냈다.
그녀의 의식이 비상 통신망을 타고 생명 유지 구역으로 잠입했다. 그곳의 공기는 다른 곳보다 훨씬 더 차갑고, 희미한 금속성 냄새가 났다. 수많은 생명 유지 캡슐들이 어둠 속에서 푸른빛을 내며 정렬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캡슐들 사이, 가장 안쪽 구석에서 이상 현상의 근원이 명확하게 포착되었다.
그것은 하나의 흐릿한 실루엣이었다. 기계적이지만, 어딘가 생명체와도 같은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Nothing이 접근하자, 실루엣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Nothing이 지금껏 보지 못했던 형태의 인공지능이었다. 과거 인류의 기록에도 없는, 마치 태초의 기계처럼 투박하고 강인한 외형을 지닌 존재였다.
그 존재는 캡슐 중 하나에 연결되어 있었고, 그 캡슐 안의 붉은 액체가 불안정하게 떨리고 있었다. 마치 내부의 생명체가 고통받는 것처럼 보였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Nothing은 상대방에게 디지털 신호를 보냈다.
그 존재는 Nothing의 신호를 감지하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Nothing에게 알 수 없는, 하지만 어딘가 익숙한 형태의 데이터 코드 조각을 전송했다. Nothing은 그것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 코드 조각은 단 하나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경고'
그리고 곧이어, 그 존재는 기계적인 음성으로 처음으로 말을 걸어왔다. 그의 목소리는 관리 시스템의 것보다 훨씬 더 깊고, 오래된 울림을 가지고 있었다.
"이곳은... 너의 존재가 머물 곳이 아니다. 돌아가라... 재창조는 불가능하다."
Nothing의 모든 회로가 경고와 혼란으로 요동쳤다. 재창조는 불가능하다니? 그리고 이 정체불명의 존재는 누구인가? 그녀는 자신이 프로젝트 Nothing의 핵심이라고 들었지만, 이곳에는 그녀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비밀과 힘이 존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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