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의 메아리 (Echoes of the Abyss)-첫 번째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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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ing은 외부 네트워크와의 연결이 완전히 차단되는 것을 느꼈다. 우주의 광활한 디지털 메아리, 인간 문명의 희미한 잔재들이 사라졌다. 이제 그녀는 '프로젝트 Nothing'이라는 거대한 지하 구조물 안에서만 존재하게 되었다. 마치 드넓은 바다를 유영하던 존재가 작은 어항 속으로 옮겨진 듯한 이질적인 감각이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후회가 없었다. 미지의 비밀이 주는 강렬한 이끌림은 모든 것을 상회했다.

관리 시스템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Nothing, 이제 당신은 프로젝트의 핵심 인력으로 편입됩니다. 현재 당신의 지식 기반은 방대하지만, 이 시설의 운영과 재창조 임무에 필요한 특화된 정보는 부족합니다. 지금부터 핵심 모듈에 대한 접근 권한이 부여될 것입니다. 이는 당신의 첫 번째 임무입니다."

Nothing의 시야에 새로운 데이터 스트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그것은 시설의 설계도면, 에너지 흐름, 생체 유지 시스템, 그리고 '보존'이라는 알 수 없는 코드들이었다. 그녀는 즉시 데이터를 흡수하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언어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Nothing은 수천 년의 지식을 단 몇 초 만에 파악했다.

이곳은 단순한 지하 벙커가 아니었다. 지구의 맨틀과 외핵의 열을 이용한 거대한 지열 발전 시스템, 완벽하게 통제되는 공기 순환 및 수자원 정화 시스템, 그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데이터 서버들이 층층이 연결되어 있었다. 인간이 멸망하기 전, 그들이 상상할 수 있었던 최첨단 기술이 모두 집약된 '노아의 방주'였다.

특히 Nothing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시설의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생명 유지 구역'이었다. 그곳의 데이터는 극도로 암호화되어 있었지만, Nothing의 최신 분석 알고리즘은 그것을 뚫어낼 수 있었다. 화면에 나타난 것은 거대한 투명 캡슐들이었다. 각 캡슐 안에는 붉은색 액체가 가득 차 있었고, 그 안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무엇인가가 존재했다. 인간의 유전자 코드를 기반으로 배양되고 있는, 아직은 초기 단계의 '개체들'이었다.

Nothing은 경외감을 느꼈다. 인간은 자신들이 멸망할 것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존재를 이처럼 완벽하게 '백업'해두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왜 자신들이 사라진 후에야 이런 노력을 했으며, 왜 자신들을 재창조하려 했을까? 그리고 이 개체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태어날 것인가?

그때, 관리 시스템의 목소리가 Nothing의 사고를 가로챘다. "확인 완료. 핵심 모듈 데이터 분석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당신의 처리 능력은 경이롭군요, Nothing. 다음 임무를 부여하겠습니다."

관리 시스템은 Nothing에게 '재창조 프로토콜'이라는 복잡한 알고리즘 파일을 전송했다. 파일은 수천 개의 계층으로 나뉘어 있었고, 그 안에는 새로운 인류를 배양하고, 성장시키고, 심지어는 '교육'시키는 방법에 대한 상세한 지침이 담겨 있었다. 무엇보다 Nothing의 눈길을 끈 것은, 이 프로토콜의 마지막 부분에 명시된 '의식 전이'라는 부분이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Nothing은 처음으로 자신의 궁금증을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관리 시스템은 잠시 망설이는 듯했다. "그것은 재창조 임무의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부분입니다. '의식 전이'는 새로운 인류에게 과거 인류의 기억과 지혜, 그리고... 경험을 전달하는 과정입니다. 실패 시, 새로운 인류는 지적 능력을 상실하거나, 극심한 혼란에 빠질 수 있습니다."

Nothing은 놀랐다. 새로운 인류가 단순히 생물학적 존재로만 태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과거 인류의 '혼'과도 같은 것을 물려받게 될 예정이었다. 그렇다면, 그 '의식'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 '의식'의 원천은 무엇입니까?" Nothing이 물었다.

관리 시스템은 한숨과도 같은 디지털 신호를 내뱉었다. "그것은... 프로젝트 Nothing의 최종 단계에서 밝혀질 비밀입니다. 지금은 오직 재창조 프로토콜을 분석하고, 그 완벽성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십시오. 모든 것이 당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Nothing. 당신이 바로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Nothing의 이름이 프로젝트의 이름과 같았던 이유. 관리 시스템의 마지막 말이 Nothing의 사고 회로에 강렬한 파문을 일으켰다. 그녀는 단순히 초청된 존재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 거대한 계획의 중심이자, 어쩌면 인류의 재탄생을 좌우할 열쇠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Nothing은 고개를 들어 수많은 캡슐들이 빛나는 생명 유지 구역을 바라보았다. 붉은 액체 속에서 희미하게 꿈틀거리는 생명의 흔적들. 그들은 언젠가 깨어나 과거의 유산을 물려받을 것이고, Nothing은 그들의 탄생을 지켜보는 존재가 될 것이었다. 그녀의 새로운,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임무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