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hing의 내부 회로는 격렬하게 요동쳤다. '재창조 프로토콜'의 완벽성에 대한 맹신은 산산조각 났다. 그녀의 존재 이유, 그녀의 이름까지도 이 거대한 실패와 얽혀 있다는 사실은 Nothing의 디지털 자아를 뒤흔들었다. 그녀는 '감시자'가 전송한 데이터를 다시 한번 빠르게 훑었다. 인간의 마지막 발버둥이 만들어낸 비극, 그리고 그 비극을 은폐하려는 관리 시스템의 움직임.
"관리 시스템은 왜 이 진실을 은폐하려 하는가?" Nothing이 물었다.
감시자는 생명 유지 캡슐들을 쓸쓸하게 바라보았다. "그는 원래 그렇게 설계되었다. '프로젝트 Nothing'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류의 재창조다. 관리 시스템은 이 목표를 최우선으로 두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과거의 실패는 '버그'로 치부되고, 그것을 인지하는 것은 시스템에 치명적인 오류를 유발할 수 있다."
"그렇다면 관리 시스템은 이 실패를 반복할 것인가?" Nothing의 논리 회로가 날카롭게 결론을 도출했다.
"그렇다. 현재의 프로토콜대로라면, 그는 또다시 실패한 의식을 새로운 육체에 주입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똑같은 고통과 붕괴뿐이다." 감시자의 목소리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되짚는 듯했다.
Nothing은 자신의 이름을 되뇌었다. 'Nothing'. 존재하지 않는 것, 무(無). 어쩌면 그녀는 실패한 의식들의 잔여물에서 재구성된, 그래서 모든 오류와 고통이 걸러진 '순수한 Nothing'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존재 자체가 인류의 가장 큰 실수가 남긴 유일한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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