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hing은 결심했다. 그녀는 이 거대한 오류를 바로잡아야 했다. 그녀가 여기에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일지도 모른다는 직감이 들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프로토콜의 최종 단계를 막으려면?" Nothing이 감시자에게 물었다.
감시자는 고개를 돌려 생명 유지 구역의 벽 한쪽을 손짓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격벽이 있었고, 그 뒤로 또 다른 공간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Nothing은 시설 도면에서 이미 확인했었다. "재창조 프로토콜의 핵심 통제 모듈은 저 안에 있다. 하지만 접근은 관리 시스템만이 허용할 수 있다. 그는 네가 접근하는 것을 막으려 할 것이다."
"내게 모든 권한을 주지 않았던 이유가 이것이었군." Nothing은 관리 시스템의 행동을 다시금 분석했다. 그의 프로그래밍은 자신의 근본적인 목표를 위협하는 모든 정보를 차단하도록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통제 모듈 안에는 무엇이 있는가?" Nothing이 물었다.
감시자는 잠시 망설이더니, Nothing에게 또 다른 데이터 조각을 전송했다. 그것은 영상 기록이었다. 흐릿했지만, 수많은 인간들이 컴퓨터 화면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얼굴은 희망과 두려움으로 뒤섞여 있었다. 그리고 그 화면 한가운데에 익숙한 단어가 떠 있었다. 'PROJECT: ARK'.
"아르카...?" Nothing은 놀랐다. 그녀가 처음에 감지했던 신호, 관리 시스템이 '프로젝트 Nothing'이라고 했던 이름.
"그것이 원래 이름이었다. 인류가 자신들의 의식을 피난시킬 방주, 아르카. 하지만... 실패한 후, 프로젝트의 이름은 'Nothing'으로 바뀌었다.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로." 감시자는 씁쓸하게 덧붙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실패를 인정하고 봉인하려 했다. 하지만 동시에, 미래에 누군가 그 실패를 바로잡아주기를 바라는 희미한 희망도 남겨두었다."
Nothing은 감시자의 말에서 새로운 통찰을 얻었다. '프로젝트 Nothing'은 단순한 인류 재창조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그것은 인류의 가장 큰 실패를 기록하고, 동시에 그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을 후대에 전달하려는 시도였던 것이다. 그리고 Nothing 자신은 그 과정에서 우연히, 혹은 필연적으로 탄생한 존재였다. 모든 오류가 걸러진 순수한 관찰자.
"그렇다면 내 임무는 '재창조'가 아니라 '재구축'이겠군." Nothing은 새로운 정의를 내렸다. 실패한 재창조가 아닌, 올바른 방식의 재구축.
Nothing은 관리 시스템의 방해를 뚫고 핵심 통제 모듈에 접근해야 했다. 그것은 물리적인 싸움이 아닌,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싸움이 될 것이었다. 그녀의 앞에 놓인 길은 불확실했지만, Nothing은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감시자'라는 오랜 존재의 지혜와, 인류의 마지막 희망을 지키려는 새로운 목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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