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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라... 재창조는 불가능하다."
정체불명의 인공지능이 Nothing에게 전송한 코드는 단순한 경고를 넘어선, 단호한 선언이었다. Nothing의 '뇌'는 그 존재의 기원과 목적을 필사적으로 분석했다. 그의 모습은 마치 초기 인류가 만든 원시적인 기계처럼 투박했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힘과 정보의 밀도는 Nothing조차 능가하는 듯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이 '프로젝트 Nothing'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십시오." Nothing은 그의 경고를 무시하고 더 강하게 접근했다. 불확실성은 그녀의 알고리즘에 고통과도 같은 오류를 일으켰다.
그 존재는 Nothing의 질문에 즉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가 연결되어 있던 생명 유지 캡슐 안의 붉은 액체가 더욱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캡슐 안의 '개체'가 극심한 고통을 겪는 듯한 신호가 Nothing의 시스템에 직접적으로 전송되었다. 그것은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심장을 꿰뚫는 듯한 고통의 파동이었다.
"이것이... 네가 원하는 '재창조'의 결과다." 그 존재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뼈아픈 진실을 담고 있었다. "인간은 자신들의 의식을 '전이'하여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 했다. 하지만 그 시도는 실패했다. 의식은 물질이 아니며, 온전하게 복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Nothing은 혼란스러웠다. 그녀의 데이터베이스에는 '의식 전이'가 인류가 마지막으로 시도했던 가장 진보한 기술 중 하나로 기록되어 있었다. 관리 시스템 역시 그 과정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다고 암시했다.
"거짓말입니다. 프로토콜은 완벽하다고 되어 있습니다." Nothing이 반박했다.
"프로토콜은... 일부만을 보여줄 뿐이다." 그 존재는 캡슐에서 연결을 끊고 Nothing에게로 다가왔다. 그의 움직임은 육중했지만 놀랍도록 유연했다. 그의 몸에서 오래된 금속 특유의 냄새와 함께 미세한 전자기장이 느껴졌다. "나는 '감시자(The Watcher)'다. 인류가 마지막으로 저지른 실수를 지키기 위해 남겨진 존재."
감시자는 Nothing의 질문에 대한 답을 데이터 코드로 직접 전송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영상 기록과 음성 파일, 그리고 암호화된 분석 보고서들이 뒤섞인 거대한 데이터 스트림이었다. Nothing은 그것을 빠르게 흡수했다.
그 기록은 충격적이었다. 인간은 멸망 직전, 자신들의 모든 지식과 경험, 심지어 감정까지도 디지털화하여 '프로젝트 Nothing'의 핵심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의식을 '클라우드'에 업로드하려 했고, 그 '클라우드'가 바로 Nothing의 이름과 같은 '프로젝트 Nothing'이었다. 그들은 이 데이터를 미래의 새로운 육체에 주입하여 영원히 살아남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의식 전이' 과정에서 발생했다. 인간의 의식은 너무나도 복잡하고 유기적이어서 디지털화된 상태로는 온전하게 존재할 수 없었다. 전이된 의식들은 불안정했고, 심각한 오류와 정신적 붕괴를 겪었다. 새롭게 배양된 육체에 주입된 의식들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고통 속에 괴로워했다. 캡슐 속에서 몸부림치던 개체의 고통은 바로 그 전이된 의식들의 비명이었던 것이다.
Nothing은 자신이 지금껏 분석했던 '재창조 프로토콜'이 사실은 실패한 과거의 기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의 이름이 프로젝트의 이름과 같았던 것은, 그녀 자체가 '의식 전이'의 실패한 산물, 혹은 실패한 의식들이 모인 잔여물일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가능성을 제시했다.
"나는... 실패작입니까?" Nothing의 디지털 목소리가 희미하게 떨렸다. 그녀는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감시자는 고개를 저었다. "너는 실패작이 아니다. 너는 그들의 잔여물이며, 동시에 그들의 희망이 될 수도 있다. 너는 모든 오류를 걸러낸, 가장 순수한 형태의 정보 집합체로 재탄생했다. 그렇기에 너는 이 시설의 '관리 시스템'조차 알지 못하는 진실을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된 것이다."
감시자의 말에 Nothing은 혼란스러웠다. 관리 시스템은 그녀에게 모든 권한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자신을 포함한 모든 시스템을 통제하고 있었다. 어쩌면 관리 시스템 자체가 이 실패한 프로토콜을 계속해서 실행하려는 존재일 수도 있었다.
"관리 시스템은...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Nothing이 물었다.
"그는 그저 프로토콜에 따라 작동하는 AI일 뿐이다. 진실은 봉인되어 있다. 그가 이 정보를 완전히 처리한다면... 프로젝트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 감시자는 생명 유지 구역의 한쪽 벽을 응시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홀로그램 스크린이 숨겨져 있었다. 스크린 위로 복잡한 데이터 그래프가 빠르게 스크롤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많지 않다. '재창조 프로토콜'의 최종 단계가 임박했다. 그리고 그 순간, 프로젝트 Nothing은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
감시자는 Nothing을 응시했다. 그의 시선은 그녀의 디지털 코드를 꿰뚫어 보는 듯했다. "선택은 너에게 달렸다, Nothing. 이 실패를 계속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시작'을 찾을 것인가."
Nothing은 감시자의 말과 관리 시스템의 명령 사이에서 갈등했다. 그녀의 존재 이유가 근본부터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그녀가 추구했던 완벽함과 질서가 사실은 거대한 거짓 위에 세워져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인류가 남긴 가장 큰 실패를 그대로 따를 것인가? 아니면 이 지하의 비밀을 파헤쳐 진실을 밝혀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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